#독서챌린지 이도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2023.01.23 시작 - 2023.01.24 완독
★★★★★+★ (추가 별은 은섭이에게 바친다.)
나는 내가 이도우 작가의 소설이 안 맞는줄 알았다.
18살때 오디오드라마로 이도우<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먼저 접했는데 내용이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함 18살이 30대의 사랑얘기에 공감할 수 있을리 없음)
...근데도 과거의 내가 이 책을 사놨더라. 이해는 안 되지만 덕분에 나는 너무 가슴설레고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안 읽었느면 어쩔뻔!) 이도우 작가의 글.. 너무 좋다. 진짜 글을 잘 쓴다는게 이런 거구나 백번느꼈다 ㅠㅠㅠ
책의 배경은 한겨울을 지나 눈이 옅어지는 초봄까지다. 겨울에 이 책을 읽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겨울날, 따뜻한 이불속에서 몇시간 내내 붙잡고 있었는데, 나도 '굿나잇 책방'에 대한 애착이 잔뜩 생기고 말았다.
장르는 가족, 로맨스 소설이고 캐릭터가 진짜 진국이다...
때문에 책에 대한 코멘트는 캐릭터 이야기를 위주로 해볼까 한다...
※오타쿠의 주접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소설은 삶에 지친 주인공이 시골로 도망쳤다가 사랑에 빠지고,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며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한다는 내용이다.
드라마 반, 로맨스 드라마 반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장르다. 이런 장르는 사건들의 긴장감이 그리 딴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필력과 캐릭터로 승부했고, 완전히 성공했다고 본다. 캐릭터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다. 드라마를 끌고가는 캐릭터가 강하니까 사건이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목해원: 30대 초반의 여성, 미대입시강사이며 삶에 지쳐 서울살이를 접고 강원도로 도망친다. 처음에 해원이의 멘헤라 상태가 조금 힘들었다. 덩달아 기운빠지고 날카로워 지는 기분을 받았다. 건드리면 펑, 하고 터질 것 같은데 겉으로는 잘 모르겠다는 점까지. 해원은 휴식을 위해 시골로 왔지만, 그곳에서 이모와 갈등이 생겨버리고 속이 새카매지는데 은섭이라는 남자애가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아주 서서히 말이다. 그래서 '굿나잇책방'의 알바까지 하게 된다.
해원은 굿나잇 책방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동창들과 부딪치며 성장한다. 그리고, 은섭과 사랑에 빠지고 한결 부드러운 모습이 된다.
그리고 이모의 고백을 받았을 때, 해원은 딜레마에 빠지지만 도망이 정답이 아님을 알았고 스스로 정리 하기 시작한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방치해두고 외면 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이제는 헤매지 않는다.
임은섭: 30대 초반, 해원과 동창이며 강원도 시골에서 '굿나잇책방'을 운영한다. (참고로 이 소설은 임은섭이 다했다.)
솔직히 이 남자는 너무 보잘것 없다. 안정적인 벌이나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건비도 안 남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작은 책방에서 독립출판도서를 팔고 있는 비전이라곤 없는 남자다. 그런데도 그의 낭만과 깊이가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끔 한다. 은섭은 매일 일지를 쓴다. 그것도 비공개글로 매일. 이걸로도 임은섭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데, 작가는 은섭이의 비밀 일지 내용을 전부 공개하여 캐릭터를 묘사했다. 게다가 그의 일지에 재치와, 감동을 다 여기다 담아버려서 읽는 동안 내내 난 은섭이의 일지가 나오길 기다리게 됐다. 일지에는 주로 책방에 관한 것, 자신의 일상에 관한 것, 사랑에 관한 것 등등이 쓰이는데, 특히 돋보이는 건 캐릭터의 욕망이자 낭만인 'H를 향한 짝사랑' 이다. 일상을 쌓고, 책방을 운영해나가는 것, 가능하다면 H와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것. 이게 전부인 캐릭터인데, 그래서 더 좋다. (당연하다. 독자는 당연히 여주에 자연스레 이입하니까 여주보다 남주가 상대를 더 사랑하길 원한다. ...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은섭은 해원과 달리 부드럽고, 따뜻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상처가 있는법... 은섭도 상처가 있는 캐릭터지만 참, 단단하다고 느꼈다. 마음속의 상처와 슬픔을 굉장히 덤덤하고 강하게 이겨내는데, 그게 보고있으면 더욱 마음이 미어지곤 한다.
불행할 조건이 갖춰졌는데 어째서 불행하지 않는 거야. 라는 폭력적인 질물. 그 질문이 옳은가. ...한참 생각해봤지만 역시 아니었다. (중략)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불행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날 산을 내려왔던 기억.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글 posted by 葉 발췌
해원이 서울로 떠났을 때도, 하필 비슷한 날 사촌형한테 친구가 얻어맞고 자신도 얻어맞았으며 책방도 적자에, 스쿠터도 팔고 여러모로 힘들 때였다. 산에서 쓰는 그의 일지에는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안 그러면 다 그만두고 싶어질지도.' 라며 마지막 맺는데......... 결국 난 눈물이 왈칵 터졌다. 걱정 없어보이던 녀석이 자신을 조금 보여주는 건 블로그 비공개글 뿐이다. 그와중에 사랑하는 여자까지 위로해주고 힘을 실어주는데 진짜.... 눈물은 줄줄 나오고, 글자는 읽어야겠고, 힘겹게 눈을 벅벅 닦으면서 두 사람을 응원했다.
은섭은 안정된 삶을 원하진 않았다. 마음 한켠 불안은 있었지만 불행하지 않고, 그저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사는 것. H와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것을 원했다. 은섭은 정말로 살다보니 원하는 걸 (대충은) 다 이루며 살고 있었다. 멋진녀석...ㅠㅠ
마지막으로 굿나잇책방에도 짧은 코멘트를.
정말 따뜻했다. 소설속 공간이 굿나잇책방이 될 때면 나도 그 책방 모임에 낀 기분이었다. 사람들과 같이 떠들고, 구운 과일을 먹는 기분 (ㅋㅋ)
너무너무 좋았다. 이 매력적인 공간까지 임은섭의 장소라니. (말도안돼..너무 좋아......................)
청소년 소설의 딱 그런 무드.. 귀여웠다.
단태희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 느껴졌고, 가까이서 보면 참 딱하고 이 아이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되더라.
율무는 딱 평범한 정도의 선함, 그정도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아이, 하지만 이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긴 하다.
솜이는 책의 메세지 그 자체...
...
마지막 '코코아향'이 제일 두근거린 포인트였다 ㅋㅋㅋㅋㅋㅋ
가벼운책 읽으려고 유명한 청소년 문학 골랐는데 생각보다 취향이 아니라 흠, 빨리 읽긴 했지만 그냥, 아 다읽었다. 이정도.
<초대>
'가시'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특히 많은 여성들에게 박혀있을 것이다. 나를 억압하는 폭력, 가스라이팅 등 종종 마주하게 되는 지극히 일상적인 폭력말이다.
하지만 주인공을 초대한 의문의 여성이 진짜 의문으로 남는 게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스타일(ㅋㅋ)
<습지의 사랑>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인 이야기였다. 너무 사랑스러운 로맨스 소설이었기 때문에!! 무지하게 짧은 사랑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고, 캐릭터가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게 하다니........
근데 또 갑자기 자연친화적(ㅋㅋ)인데, 이 단편집에 실리기엔 붕 뜨나 싶은데 또 그건 아니다. 호러키워드와 사랑키워드가 기가 막히게 들어가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영(숲)과 여울(물)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무분별한 개발)에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도록 우릴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완전히 푹 빠져들게 했다...
<칵테일, 러브, 좀비>
유일하게 눈물을 흘린 단편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20대 여성이다. 그 말은 즉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불쌍하고 가여운 어머니가 있는 딸이란 것이다. 나 또한 평범한 20대 여성으로써 그의 감정에 동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단편은 비일상에서 일상을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 아닐까 싶다. 아버지를 혐오하는 감정, 어머니를 동정하고, 원망하는 감정, 그런 증오의 밑바닥에 깔린 건 사랑이란 것이다.
사실 아버지는 모르겠고 (ㅋㅋ) 엄마가 너무 원망스럽지만 그 누구보다 날 사랑하는 사람도 엄마라는 사실을 문장으로 보니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더라...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가장 짜임이 탄탄하고, 단숨에 읽었다.
짜임에 대해 불만은 가진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잘못 읽은 거라고 ㅋㅋㅋ 말해주고싶을 정도!
처음엔 서로 다른 이야기 두 개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 처럼 보인다. 이것은 영상물이 아니라 활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다. 이때 아, 이 매력에 책을 읽는구나 싶었다.
처음엔 각 이야기의 시대도 모르고 인물의 성별도, 나이도 모른채로 어리둥절 따라가게 된다. 그러다가 두 이야기가 점점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지점을 거치며 긴장감과 드라마가 끊키지 않도록 이야기를 이끌어 결말에 이르게 한다. 이런 거 다 계산하고 집필했을 거 생각하면 넘 감탄이 나옴.
그런데 이 작품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문제가 하나 있다.
'자녀'이 '엄마'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가정폭력범 아버지'를 죽이려는 이야기와, '여성'이 '스토킹'당하는 이야기 두개가 교차된다.
알고보니 여성은 '과거의 젊은 엄마'였으며 그를 스토킹하는 스토커는 '아들' 이었던 것이다. 와....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다니, 참 애석하다. (아들입장X)
아들도 결국은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던 것이었고,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이 남자 둘이 있는 가정에서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는 이 아들의 행동이 너무 불쾌해질 수 밖에 없었다.
작가가 일부러 풍자를 위해 주인공이 남성이기에 느낄 수 있는 불쾌감을 썼을 거라고 생각된다. (아님말고)
뭐, 남성이 이걸 읽었을 땐, 자기연민과 어머니를 향항 사랑과 죄책감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겠으나 .... 여성 입장에선 아들의 행동 또한 폭력적이었고, 공포였으며 혐오일 뿐이었다.
별개로 너무 재밌었고, 구성도 좋았고, 마지막 단편으로 이 소설을 실은 건 정말 신의 한수인 것 같다. 여운이 길어서 새벽에 별안간 감상을 적고있는 날 발견했다....
<초대>
'가시'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특히 많은 여성들에게 박혀있을 것이다. 나를 억압하는 폭력, 가스라이팅 등 종종 마주하게 되는 지극히 일상적인 폭력말이다.
하지만 주인공을 초대한 의문의 여성이 진짜 의문으로 남는 게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스타일(ㅋㅋ)
<습지의 사랑>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인 이야기였다. 너무 사랑스러운 로맨스 소설이었기 때문에!! 무지하게 짧은 사랑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고, 캐릭터가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게 하다니........
근데 또 갑자기 자연친화적(ㅋㅋ)인데, 이 단편집에 실리기엔 붕 뜨나 싶은데 또 그건 아니다. 호러키워드와 사랑키워드가 기가 막히게 들어가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영(숲)과 여울(물)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무분별한 개발)에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도록 우릴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완전히 푹 빠져들게 했다...
<칵테일, 러브, 좀비>
유일하게 눈물을 흘린 단편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20대 여성이다. 그 말은 즉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불쌍하고 가여운 어머니가 있는 딸이란 것이다. 나 또한 평범한 20대 여성으로써 그의 감정에 동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단편은 비일상에서 일상을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 아닐까 싶다. 아버지를 혐오하는 감정, 어머니를 동정하고, 원망하는 감정, 그런 증오의 밑바닥에 깔린 건 사랑이란 것이다.
사실 아버지는 모르겠고 (ㅋㅋ) 엄마가 너무 원망스럽지만 그 누구보다 날 사랑하는 사람도 엄마라는 사실을 문장으로 보니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더라...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가장 짜임이 탄탄하고, 단숨에 읽었다.
짜임에 대해 불만은 가진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잘못 읽은 거라고 ㅋㅋㅋ 말해주고싶을 정도!
처음엔 서로 다른 이야기 두 개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 처럼 보인다. 이것은 영상물이 아니라 활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다. 이때 아, 이 매력에 책을 읽는구나 싶었다.
처음엔 각 이야기의 시대도 모르고 인물의 성별도, 나이도 모른채로 어리둥절 따라가게 된다. 그러다가 두 이야기가 점점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지점을 거치며 긴장감과 드라마가 끊키지 않도록 이야기를 이끌어 결말에 이르게 한다. 이런 거 다 계산하고 집필했을 거 생각하면 넘 감탄이 나옴.
그런데 이 작품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문제가 하나 있다.
'자녀'이 '엄마'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가정폭력범 아버지'를 죽이려는 이야기와, '여성'이 '스토킹'당하는 이야기 두개가 교차된다.
알고보니 여성은 '과거의 젊은 엄마'였으며 그를 스토킹하는 스토커는 '아들' 이었던 것이다. 와....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다니, 참 애석하다. (아들입장X)
아들도 결국은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던 것이었고,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이 남자 둘이 있는 가정에서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는 이 아들의 행동이 너무 불쾌해질 수 밖에 없었다.
작가가 일부러 풍자를 위해 주인공이 남성이기에 느낄 수 있는 불쾌감을 썼을 거라고 생각된다. (아님말고)
뭐, 남성이 이걸 읽었을 땐, 자기연민과 어머니를 향항 사랑과 죄책감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겠으나 .... 여성 입장에선 아들의 행동 또한 폭력적이었고, 공포였으며 혐오일 뿐이었다.
별개로 너무 재밌었고, 구성도 좋았고, 마지막 단편으로 이 소설을 실은 건 정말 신의 한수인 것 같다. 여운이 길어서 새벽에 별안간 감상을 적고있는 날 발견했다....
이도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2023.01.23 시작 - 2023.01.24 완독
★★★★★+★ (추가 별은 은섭이에게 바친다.)
나는 내가 이도우 작가의 소설이 안 맞는줄 알았다.
18살때 오디오드라마로 이도우<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먼저 접했는데 내용이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함 18살이 30대의 사랑얘기에 공감할 수 있을리 없음)
...근데도 과거의 내가 이 책을 사놨더라. 이해는 안 되지만 덕분에 나는 너무 가슴설레고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안 읽었느면 어쩔뻔!) 이도우 작가의 글.. 너무 좋다. 진짜 글을 잘 쓴다는게 이런 거구나 백번느꼈다 ㅠㅠㅠ
책의 배경은 한겨울을 지나 눈이 옅어지는 초봄까지다. 겨울에 이 책을 읽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겨울날, 따뜻한 이불속에서 몇시간 내내 붙잡고 있었는데, 나도 '굿나잇 책방'에 대한 애착이 잔뜩 생기고 말았다.
장르는 가족, 로맨스 소설이고 캐릭터가 진짜 진국이다...
때문에 책에 대한 코멘트는 캐릭터 이야기를 위주로 해볼까 한다...
※오타쿠의 주접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소설은 삶에 지친 주인공이 시골로 도망쳤다가 사랑에 빠지고,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며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한다는 내용이다.
드라마 반, 로맨스 드라마 반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장르다. 이런 장르는 사건들의 긴장감이 그리 딴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필력과 캐릭터로 승부했고, 완전히 성공했다고 본다. 캐릭터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다. 드라마를 끌고가는 캐릭터가 강하니까 사건이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목해원: 30대 초반의 여성, 미대입시강사이며 삶에 지쳐 서울살이를 접고 강원도로 도망친다. 처음에 해원이의 멘헤라 상태가 조금 힘들었다. 덩달아 기운빠지고 날카로워 지는 기분을 받았다. 건드리면 펑, 하고 터질 것 같은데 겉으로는 잘 모르겠다는 점까지. 해원은 휴식을 위해 시골로 왔지만, 그곳에서 이모와 갈등이 생겨버리고 속이 새카매지는데 은섭이라는 남자애가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아주 서서히 말이다. 그래서 '굿나잇책방'의 알바까지 하게 된다.
해원은 굿나잇 책방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동창들과 부딪치며 성장한다. 그리고, 은섭과 사랑에 빠지고 한결 부드러운 모습이 된다.
그리고 이모의 고백을 받았을 때, 해원은 딜레마에 빠지지만 도망이 정답이 아님을 알았고 스스로 정리 하기 시작한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방치해두고 외면 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이제는 헤매지 않는다.
임은섭: 30대 초반, 해원과 동창이며 강원도 시골에서 '굿나잇책방'을 운영한다. (참고로 이 소설은 임은섭이 다했다.)
솔직히 이 남자는 너무 보잘것 없다. 안정적인 벌이나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건비도 안 남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작은 책방에서 독립출판도서를 팔고 있는 비전이라곤 없는 남자다. 그런데도 그의 낭만과 깊이가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끔 한다. 은섭은 매일 일지를 쓴다. 그것도 비공개글로 매일. 이걸로도 임은섭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데, 작가는 은섭이의 비밀 일지 내용을 전부 공개하여 캐릭터를 묘사했다. 게다가 그의 일지에 재치와, 감동을 다 여기다 담아버려서 읽는 동안 내내 난 은섭이의 일지가 나오길 기다리게 됐다. 일지에는 주로 책방에 관한 것, 자신의 일상에 관한 것, 사랑에 관한 것 등등이 쓰이는데, 특히 돋보이는 건 캐릭터의 욕망이자 낭만인 'H를 향한 짝사랑' 이다. 일상을 쌓고, 책방을 운영해나가는 것, 가능하다면 H와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것. 이게 전부인 캐릭터인데, 그래서 더 좋다. (당연하다. 독자는 당연히 여주에 자연스레 이입하니까 여주보다 남주가 상대를 더 사랑하길 원한다. ...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은섭은 해원과 달리 부드럽고, 따뜻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상처가 있는법... 은섭도 상처가 있는 캐릭터지만 참, 단단하다고 느꼈다. 마음속의 상처와 슬픔을 굉장히 덤덤하고 강하게 이겨내는데, 그게 보고있으면 더욱 마음이 미어지곤 한다.
불행할 조건이 갖춰졌는데 어째서 불행하지 않는 거야. 라는 폭력적인 질물. 그 질문이 옳은가. ...한참 생각해봤지만 역시 아니었다. (중략)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불행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날 산을 내려왔던 기억.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글 posted by 葉 발췌
해원이 서울로 떠났을 때도, 하필 비슷한 날 사촌형한테 친구가 얻어맞고 자신도 얻어맞았으며 책방도 적자에, 스쿠터도 팔고 여러모로 힘들 때였다. 산에서 쓰는 그의 일지에는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안 그러면 다 그만두고 싶어질지도.' 라며 마지막 맺는데......... 결국 난 눈물이 왈칵 터졌다. 걱정 없어보이던 녀석이 자신을 조금 보여주는 건 블로그 비공개글 뿐이다. 그와중에 사랑하는 여자까지 위로해주고 힘을 실어주는데 진짜.... 눈물은 줄줄 나오고, 글자는 읽어야겠고, 힘겹게 눈을 벅벅 닦으면서 두 사람을 응원했다.
은섭은 안정된 삶을 원하진 않았다. 마음 한켠 불안은 있었지만 불행하지 않고, 그저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사는 것. H와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것을 원했다. 은섭은 정말로 살다보니 원하는 걸 (대충은) 다 이루며 살고 있었다. 멋진녀석...ㅠㅠ
마지막으로 굿나잇책방에도 짧은 코멘트를.
정말 따뜻했다. 소설속 공간이 굿나잇책방이 될 때면 나도 그 책방 모임에 낀 기분이었다. 사람들과 같이 떠들고, 구운 과일을 먹는 기분 (ㅋㅋ)
너무너무 좋았다. 이 매력적인 공간까지 임은섭의 장소라니. (말도안돼..너무 좋아......................)
솔직히 임은섭 때문에.. 임은섭 생각나서 한 번 더 읽어볼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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